정신병자 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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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조와 같은 존재 ‘뿌므이’

4년 전이었다. 한 무리의 여자들이 몰려와 온 동네가 술렁거렸다. 알고 보니 ‘뿌므이(백인)’가 들어왔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 이웃 마을에서 구경하러 온 여자들이었다. 돌아가실 날이 다 되어 보이는 나이든 할머니는 죽기 전에 ‘뿌므이’를 만났다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그들에게 우리는 ‘길조’와 같은 존재였다.

추장은 자기 마을을 찾아온 우리들의 저작권이라도 쥐고 있는 양 으스댔고, 덕분에 우리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주는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뿌므이’ 살결을 한번 만져 보려고 몰려드는 여자들을 물리치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몰려온 여자들과 동네 주민들이 엉키고 설켜 차분하게 뭘 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모든 사람들을 마을 한가운데 모이도록 부탁하고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준비 안 된 어설픈 쇼를 시작했다. 그리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전도를 시작했다. 완벽한 대중 전도집회였다. 모두 웃고 떠들며 우리가 하는 말에 유쾌하게 반응했다.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

그 사람들 속에 ‘카만다’가 앉아 있었다. 쾡한 눈을 한 그는 우리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한 눈에 보기에도 그는 환자였다. 그것도 아주 중증 환자처럼 보였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부족하고, 불안에 떠는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겉으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알아보니 역시 그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 라이베리아가 고향인 그는 국경을 넘어 이곳까지 왔다. 고향에서 내전이 발생했을 때 반군에 의해 부모 형제들이 그의 눈앞에서 처참하게 학살을 당했다. 사실 반군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미친 폭도들이었다. 이곳의 다이아몬드를 탈취하고 그것으로 군사자금을 모으기 위해 ‘피의 다이아몬드’라는 내전을 벌였다. 반군 지도자들은 소년들을 납치하여 그들에게 마약을 먹이고 전쟁을 하게 만들었다. 마약에 취한 소년병들은 남자들의 손목과 발목을 잘랐고, 여자들은 강간을 한 후 칼로 난도질을 하는 광란을 벌였다.

그런 반군에게 부모형제가 끔찍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았으니 정신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전쟁이 끝났어도 그 후유증으로 마을마다 식량은 모자라고 쑥대밭이 되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이 마을 저 마을을 정처 없이 돌아다녔지만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말씀을 읽으며 치유된 카만다

그렇게 배회하면서 국경을 넘었고 이곳 마을까지 흘러 왔다. 이곳 마을 사람들도 그런 정신병자를 맞아줄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 인근지역에서 사역하던 ‘코페’ 사역자가 이곳을 지나가다가 그를 만났다. 대화가 통하지 않았지만 갈 곳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교회로 데리고 와서 같이 살았다.

처음에는 말도 못하던 그가 차츰 안정을 찾으면서 한마디씩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공포와 두려움에 밤마다 소리를 지르던 것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코페’ 사역자는 기회가 될 때마다 성경을 읽어 주었다. 그가 이해를 하든 못하든 성경을 읽어주며 기도를 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났지만 그의 정신병 증세는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4년 전 그 마을에서 만났을 때가 2년이 되어가던 때였다.

그런데 6년이 지나갈 무렵 그의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대화가 통하고, 성경을 듣고 설명을 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호전되었을 무렵 ‘코페’ 사역자는 그를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이미 청년이 다 된 그가 코흘리개 아이들과 학교를 다니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놀림감이었고, 학교에서는 왕따였다. 그러나 그는 초등학교를 다니며 글을 배웠다. 글을 깨우치면서부터 그는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읽기 시작한 성경을 그는 지금까지 수십 번 통독을 했다. 마치 성경을 읽기 위해 글을 배운 사람 같았다.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가 되다

그 열정에 교회에서는 그를 전도사처럼 사역을 시켰다. 아직 정신적 수준이 어린 아이 같았지만 순수한 그의 열정에 성도들도 감동을 하고 그를 도왔다. 교회에서 사역을 하면서 신앙이 성숙해 갔다. 그에 비례하여 그의 병세도 빠르게 호전되었다. 그 후로 불과 1년 만에 정상인 못지않은 지적 수준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그를 4년 전 여자들이 갑자기 몰려와 전도집회를 하고 교회를 개척했던 ‘벤두마’ 마을의 사역자로 파송했다.

나는 아직도 그때 그의 모습을 기억한다. 초점이 맞지 않은 눈으로 어딘가 멍하게 바라보고 있던 그를. 마을을 떠나올 때 이곳에 교회를 세울 것이고 누군가 들어와 성경공부를 인도할 것이라고 광고를 했었다. 그러나 ‘카만다’만은 아니라고 나는 속으로 그를 제외시켰었다. 그런데 그가 이 마을로 돌아왔다. 예수의 사랑으로 완전히 회복되어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성도들에게 자신 있게 선포하고 있다. 예수를 믿으라고. 그분이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킨 것처럼 여러분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지금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등록금이 없다고 망설이는 것을 억지로 등을 떠밀어 입학을 시켰다. 그를 위해서라면 내가 굶는 한이 있더라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예수님이 살아계시다는 증거다. 그를 아는 마을 주민들도 그렇게 말한다. 그가 진정한 증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