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뚝발이 전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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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라와의 동행
2년 전이었다. 제법 멀리 떨어진 마을을 가는 날인데 ‘활라’가 같이 가겠다고 했다. 만나기로 한 새벽시간에 나가보니 벌써 나와 있었다. 처음 가겠다고 했을 때 좀 더 단호하게 가지 말라고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후회됐다. 솔직히 말로만 그러는 줄 알았다. 현실적으로 그는 같이 갈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다리를 절기 때문에 장거리 걷는 것이 불가능했다. 당연히 걷는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고, 함께 길을 가게 되면 그의 속도에 맞추느라 전체적으로 지체가 될 것이 명백했다.

그를 설득해야만 했다. 이번에는 길도 멀고 험할 뿐 아니라 새로운 마을을 가게 되어 무슨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니 다음에 같이 가자고 타일렀다. 그러나 ‘활라’는 그런 말에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자기 의지를 조금도 꺾지 않는 그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결국 같이 가기로 결정을 했다. 그러나 그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 페이스대로 사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활라’도 그것에 동의하고 함께 길을 나섰다.

어려운 길을 따라온 활라
가는 길은 예상했던 대로 난코스였다. 워낙 고립된 곳이어서 길을 찾기도 어려웠다. 오토바이로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들어가고 그 다음부터는 걸어서 길을 갔다. 비탈지고 미끄러운 길이어서 정글에 익숙한 사람들도 걸음이 늦어졌다. 그런 길을 가야 하는 ‘활라’는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전진해 갔다. 우리 일행과 그와의 거리는 점점 벌어져 한 시간쯤 지나서는 그의 모습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목표했던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더 이상 한걸음도 옮길 수 없을 만큼 지쳐 있었다. 함께 온 현지인 사역자들이 자신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여행길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고립된 곳을 찾아 들어온 우리에게 극도의 경계를 했지만 곧 마음을 열고 맞아 주었다. 생각보다 쉽게 문이 열리고 친분을 쌓았다.

마을 추장이 음식을 준비해 우리를 대접했다. 몇 시간 동안 걸어온 것도 지쳤지만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기진했던 우리는 정신없이 음식을 먹어 치웠다. ‘활라’가 뒤쳐져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은 마을 주민이 다른 동료가 마을에 도착했다고 알려왔을 때였다.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갈 줄 알았던 그가 마을까지 찾아온 것이다. 그 험하고 먼 길을 절뚝거리며 걸어서 온 것이다.

‘활라’의 그렇지 않아도 해어지고 낡은 그의 옷은 온통 진흙과 낙엽으로 뒤범벅이었다. 쓰레기장에서 주어온 옷 같았다. 땀으로 젖고 지친 그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솔직히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불편함이 있었다. 그가 이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곳에 다시 찾아올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곳에 머물면서 예수를 전하고 말씀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 수준도 안 되는 사람이었다. 한번 가보겠다고 왔다면 너무 큰 희생을 치른 여행이었다.

교회가 세워짐
마을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예수 영화를 상영하며 복음을 전하고 추장에게 교회를 세우자고 설득하는 등 분주히 사역을 했다. 기대 이상으로 반응도 좋고 성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많이 나왔다. 이제 정기적으로 이곳에 와서 사역할 사람을 세워야 할 차례였다. 가장 적임자는 A사역자였다. 똑똑하고 성경을 체계적으로 배워서 마을 교회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그리고 B사역자가 함께 팀을 이루면 교회는 쉽게 안정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들은 이미 사역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결정을 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짧은 시간 안에 한 마을의 교회를 세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으며, 사역자도 세울 수 있었다. 이제 이 마을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해서 정글 너머에 산재해 있는 마을들로 복음이 확산해 가도록 기도해 주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나고 문제가 생겼다. 그 사역자 두 명이 마을을 떠난 것이었다. 처음에는 쉽게 시작을 했지만 막상 사역을 하다 보니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A사역자는 친척이 하는 회사에서 초청을 받아 떠났고, B사역자는 공부한다고 도시로 나갔다고 했다. 사역의 적임자로 생각했던 그들이 한꺼번에 떠나 버리니 다른 대책을 세울 수가 없었다.

활라가 그 교회를 지키다
그런데 그때 ‘활라’가 나타났다. 그가 이곳을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그는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었다. 절름발이 사역자가 어떻게 그 험한 정글 마을들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며, 보기에도 무식한 사람이 어떻게 말씀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대안이 없었다. 정식 사역자를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그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가 마을 교회를 맡았다.
2년여가 지난 지금, 그 마을교회는 부흥하여 교회당을 지으려고 기도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이웃 마을에도 선교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성장한 교회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교회를 목회하는 이는 ‘활라’이다. 똑똑하고 잘 배웠다고 생각해서 맡겼던 이들은 다 떠나고 ‘당신은 안 된다’고 생각했던 그가 이곳에서 쓰임 받는 사역자가 되었다.